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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 말을 타고 달린 정보의 시대

메이트레인 2025. 8. 4. 11:30

삼국시대, 말을 타고 달린 정보의 시대

— 보도 체계와 신속한 통신의 비밀

삼국시대, 말을 타고 달린 정보의 시대

1. 삼국시대에도 정보는 ‘속도’였다 — 보도의 개념과 중요성

오늘날 우리는 인터넷으로 몇 초 만에 세계의 소식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대 국가들도 정보의 ‘속도’가 권력의 핵심이라는 점을 일찍이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삼국시대의 고구려, 백제, 신라 역시 빠른 통신 체계를 갖추고자 고심했으며, 그 결과 등장한 것이 ‘보도(報道)’ 체계입니다.

‘보도’란 단순히 소식을 전달하는 행위를 넘어서, 체계화된 전령 시스템을 뜻합니다. 국가가 전령과 기마 체계를 조직하여, 전방의 전투 상황이나 정치적 명령을 수도에, 혹은 수도의 명령을 지방에 빠르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는 삼국의 중앙 집권적 체제를 강화하고, 위기 시 빠른 대응을 가능케 한 핵심적인 시스템이었습니다.

 

2. 역참 제도: 말을 바꾸고 소식을 이어달리다

보도 체계의 핵심 인프라는 ‘역참(驛站)’이었습니다. 역참은 일정 거리마다 설치된 중간 거점으로, 여기서 전령은 말을 갈아타거나 휴식을 취하며 다음 역으로 향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중계소를 넘어 당시 교통과 통신의 중심이었습니다.

고구려는 특히 역참의 정비에 주력하였고, 500리마다 큰 역, 100리마다 작은 역을 두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백제와 신라 또한 고유한 역제도를 가지고 있었으며, 국경이나 전략적 요충지에 집중 배치해 군사적 통신의 속도를 최대한 끌어올렸습니다. 이 역참들은 마치 도로망처럼 전국을 연결해주는 통신의 동맥 역할을 했습니다.

 

3. 기마 전령, 고대의 ‘전신망’을 달리다

삼국시대의 보도 체계는 전령이 직접 말을 타고 달리는 형태로 운영되었습니다. 보통 한 사람이 수십 리를 달리며, 역마다 말을 바꿔가며 계속해서 소식을 전했습니다. 중요한 국사나 긴급 명령일수록 전령의 이동은 야간에도 중단 없이 이어졌습니다.

실제로 『삼국사기』에는 신라의 사신이 하루 만에 수백 리를 달려 왕명(王命)을 전달했다는 기록이 전해집니다. 이처럼 신속한 전령 체계는 군사 작전의 성공 여부를 좌우할 만큼 중요했으며, 왕권 강화와 국정 통치의 핵심 수단이었습니다.

 

4. 삼국을 잇는 ‘보도망’과 외교 채널

보도 체계는 내부 통신뿐 아니라 외부 외교에서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삼국은 서로 적대하면서도 때때로 사신을 주고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역로를 활용한 빠른 사신 왕래가 필요했습니다. 또한 중국 대륙의 수·당나라와의 외교도 이러한 통신망을 통해 체계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신라는 특히 당나라와의 외교 사절단 운영에 매우 적극적이었으며, 해로와 내륙 역로를 함께 활용해 복합적인 ‘한반도–중국’ 통신망을 운영했습니다. 이로써 삼국은 단순히 군사 체계뿐 아니라, 문화·정치적으로도 활발한 교류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5. 고려와 조선으로 이어진 ‘보도 시스템’의 계승

삼국시대의 보도 체계는 훗날 고려와 조선으로 이어지며 더욱 정교한 역제도로 발전합니다. 고려의 ‘공역(貢驛)’과 조선의 ‘역원제(驛院制)’는 삼국시대의 기마 전령 체계를 계승하고 발전시킨 결과물입니다.

조선은 전국에 500여 개의 역원망을 구축하였고, 봉수제와 함께 보도 체계를 2중으로 구성하여 외침이나 내란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배경에는 삼국시대부터 이어져온 정보 전달과 통신의 중대함에 대한 오랜 인식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마무리: 고대의 ‘속보 시스템’, 오늘을 비추다

보도 체계와 역참 제도는 단지 소식을 전하는 수단이 아니라, 삼국이 중앙집권적 국가로 발전할 수 있었던 근간이었습니다. 빠르고 체계적인 정보 전달은 전쟁에서의 승리, 내치에서의 질서 유지, 외교에서의 협상력을 결정짓는 요소였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정보를 얻고 있지만, 정보와 통신이 권력의 핵심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삼국시대의 ‘기마 전령’은 오늘날의 네트워크 사회로 이어지는 인류의 정보 욕망과 효율 추구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역사적 출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