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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는 조선 땅이었을까? 조선과 쓰시마의 외교·지리적 경계와 그 진실

메이트레인 2025. 7. 25. 09:30

 

대마도는 조선 땅이었을까?
– 조선과 쓰시마의 외교·지리적 경계와 그 진실

 

‘대마도는 원래 조선 땅’이라는 말, 과연 사실일까?

역사 커뮤니티나 뉴스 댓글, 혹은 다큐멘터리에서 종종 등장하는 문장.
“대마도는 원래 조선 땅이었다.”
이 말은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가 민족주의적 해석일까?
조선과 일본 사이의 가장 민감한 해역, *대마도(쓰시마島)*는 수세기 동안 조선과 일본 사이에서 복잡한 외교 관계와 실리 외교의 무대가 되어 왔다.
이번 글에서는 대마도를 둘러싼 역사적 실체, 조선의 외교 정책, 그리고 ‘조선 땅’이라는 주장에 담긴 맥락을 살펴본다.

조선과 쓰시마의 외교·지리적 경계와 그 진실

① 대마도의 지리적 위치와 전략적 가치

대마도는 대한해협의 중심부, 부산에서 약 50km 떨어진 바다 위에 위치한 섬으로, 한반도와 일본 규슈 사이의 해상 관문에 해당한다.
과거에는 이곳이 바다를 통한 교역, 군사적 감시, 그리고 외교 사절단의 왕래 통로로 활용되었으며, 지리적으로도 조선에 더 가까웠다.

하지만 지리적 인접성 = 영토 소속이라는 등식이 반드시 성립하지는 않는다.
역사적으로도 수많은 지역이 지리적으로는 가까우나 정치적으로는 타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대마도의 실질적 소속과 외교적 지위는 지리보다는 외교사와 국제 질서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② 고려와 조선 초기, 대마도는 ‘해적의 섬’이었다

대마도는 오랫동안 ‘왜구’의 근거지로 악명 높았다.
고려 말기부터 조선 초기에 이르기까지, 일본 본토와는 조금 떨어진 대마도에서는 왜구들이 조선의 해안가 마을을 약탈하고 무역선을 습격했다.

이에 조선은 실력 행사에 나선다. 대표적인 사건이 **세종 13년(1431년)의 ‘이종무 정벌’**이다.
조선 수군의 지휘관 이종무는 대마도를 공격하여 왜구를 소탕했고, 이후 대마도주는 조선에 조공을 바치며 조선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무역권’을 인정받는다.

즉, 이 시점부터 대마도는 일본의 정치 체계에 소속되어 있으면서도 조선과는 ‘속국적 관계’에 가까운 독특한 외교 구조를 갖게 된다.

 

③ 조선과 대마도의 ‘외교적 공존 체제’

세종 이후 대마도는 조선과의 외교 통로이자 중계 무역의 거점으로 작동했다.
삼포 개항(부산포, 염포, 제포) 이후 일본 상인들이 조선을 드나들 때, 대부분은 대마도를 통해 입국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대마도주가 조선에 사절단을 보낼 때 자신을 “왜국 왕자”라고 자칭했다는 점이다.
이는 일본 내에서의 위치보다 조선과의 외교 관계에서 얻는 권한과 이익이 컸기 때문이며, 일종의 ‘쌍방이 묵시적으로 인정한 제후국 모델’이라 볼 수 있다.

즉, 대마도는 조선의 속국은 아니었지만, 분명한 위계 질서와 예속적 외교 구조 안에 있었던 것이다.

 

④ 대마도는 정말 조선의 영토였나?

이제 핵심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대마도는 조선 땅이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공식적으로 조선의 행정구역이나 영토로 편입된 적은 없다.
그러나 일정 기간 조선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 ‘사실상 외교적 속국’처럼 움직였던 것은 맞다.

이를 두고 일본의 역사학계는 ‘관계 외교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한국 측 일부 학자들은 ‘조선의 외교적 종속 체계’로 본다.
특히 세종~성종 시기에는 조선이 대마도에 대한 무역 통제를 넘어, 무역허가·정책규제·사절 접견 등 사실상 ‘외교 주도권’을 행사한 바 있다.

 

⑤ 근대 이후, 경계는 어떻게 고착화됐나?

조선 말기와 개항기, 그리고 한일강제병합기 이후, 대마도의 국적 문제는 더 이상 논의되지 않게 된다.
메이지 정부가 중앙집권화와 함께 전국적 통일을 이루는 과정에서 대마도도 일본 국가 체제에 명확히 편입된다.
1920년대 이후 한반도 독립운동과 함께 일각에서 대마도 반환 요구가 제기되었지만,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해방 이후인 1948년과 1951년에도 대한민국 임시정부 및 정부 수립 초기에 “대마도는 반환되어야 할 한국 고유 영토”라는 주장이 제기되었으나, 샌프란시스코 조약에서 미국 등 연합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마도는 조선의 ‘외교적 영향권’이었을 뿐, 행정적 영토는 아니었다

대마도는 한때 조선과 일본 사이에서 ‘이중 외교’를 펼친 독립적 지역이자, 조선의 외교 질서 안에서 움직인 전략적 섬이었다.
하지만 조선이 공식적으로 이곳을 통치하거나 행정 편제를 적용한 적은 없으며, 오늘날 국제법과 역사학적 시각에서도 ‘조선의 영향권’에 속했던 외국령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마도는 조선 땅이었다”는 표현은 역사적 감정에서 비롯된 과장된 해석일 수 있으나, 그만큼 조선의 외교력이 강했던 시대가 존재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