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로 다리를 잇다: 정약용과 ‘거중기’, 조선 공학의 르네상스를 열다
기술로 다리를 잇다: 정약용과 ‘거중기’, 조선 공학의 르네상스를 열다 1. 조선 후기, 철학자만으로 보기엔 부족한 정약용조선 후기 실학의 거목으로 꼽히는 정약용(1762~1836)은 단순히 사상가나 개혁가로 기억되기엔 아쉬운 인물입니다. 그는 경세치용(經世致用), 즉 '세상을 다스리는 데 필요한 학문'을 지향한 실학자였고, 실용적 지식을 바탕으로 백성의 삶을 개선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정치제도 개혁에 대한 제언은 물론, 농업, 토목, 의학, 군사, 형벌 등 수많은 분야에서 저술 활동을 남긴 그는 '조선 르네상스형 인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특히 정약용은 '기술'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결과물 중 하나가 바로 거중기(擧重機)였습니다. 이는 단순한 도구 발명을 넘어, 조선식 공학의..
백제 금동대향로, 신성과 상상력이 깃든 고대의 우주지도
백제 금동대향로, 신성과 상상력이 깃든 고대의 우주지도1. 찬란한 걸작의 발견: 금동대향로란 무엇인가?1993년, 충남 부여 능산리 절터에서 놀라운 유물이 출토된다. 바로 ‘백제 금동대향로’. 학자들은 이 유물을 보고 단순한 향로가 아닌, 백제의 정교한 금속공예 기술, 불교적 세계관, 그리고 동아시아 고대 철학이 응축된 총체적 예술품이라 평가했다. 높이 61.8cm, 무게 약 11.8kg. 전체가 금동으로 제작되었으며, 뚜껑과 몸체, 받침의 세 부분으로 구성된 이 향로는 마치 하나의 ‘소우주’처럼 느껴진다.이 향로는 단지 향을 피우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이 안에는 불교적 세계관, 산악 숭배 전통, 음양오행 사상, 그리고 왕권의 신성화까지, 다양한 관념이 복합적으로 담겨 있다. 백제가 남긴 가장 예술적인..